코로나로 인해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었던 최근에는
오케스트라를 대신해 두 대의 피아노,
혹은 한 대에 피아노에 두 명의 연주자 연주하는 4 hands로 편곡이 많이 되었습니다.
편곡을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부터 4 Hands로 작곡된 곡을 연주하면 되잖아?
편곡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작곡된 곡과 큰 규모의 곡을 4 hands로 편곡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0. 처음부터 4hands vs 편곡된 4 hands
처음부터 4 hands로 작곡을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피아노의 옥타브 사용, 연주자들의 손 위치,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특성 이해가 기본적으로 깔려있습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입니다.
현악기, 관악기와 피아노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 줄 아시나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편곡할 때 가장 크게 신경 쓰는 점은 바로 소리의 지속입니다.
현악기나 관악기는 연주자의 재량에 따라 길고 짧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아노는 건반을 누른 후부터 소리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페달이 이 지속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해 줄 수 있지만, 소리가 사라진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피아노로 현악기와 관악기의 지속음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4hands로 작곡된 곡은 어떨까요?
다른 악기의 특성은 모두 배제하고 오직 피아노의 특성만 생각하면서 작곡했기 때문에
피아노만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테크닉과 표현이 살아있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처음부터 4 hands로 작곡된 곡 6작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대별로, 국가별로 다양하게 모아보았으니 유튜브와 함께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1. Mozart - Sonata for Piano Four Hands in C Major, K.521
18세기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모차르트의 4hands 곡입니다.
모차르트는 이 곡 외에도 4hands 구성의 곡을 다수 작곡했는데요.
그 이유는 본인의 누나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서입니다.
모차르트의 누나인 안나(애칭 '난넬')는 피아노에 굉장한 실력을 가졌다고 전해집니다.
모차르트는 아시다시피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신동으로 유명했지요.
이런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살롱에서 연주를 자주 하였는데,
이때 누나와 본인이 함께 연주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4 hands를 작곡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I. Allegro
II. Andante
III. Allegretto
1악장은 소나타형식입니다.
모차르트의 소나타는 대부분 구분이 명확해서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1마디부터 4마디는 옥타브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쉽지 않겠네요.
모차르트도 누나와 연주할 때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다투기도 했겠지요??ㅎㅎㅎ
특별히 형제가 연주하는 영상을 찾아보았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2. Johann Wilhelm Wilms - Sonata for Piano 4 Hands I. Allegro brillante
우리나라 발음으로는 '요한 빌헬름 빌름스'라고 말하는데요.
빌름스는 독일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출신의 초기 낭만주의 작곡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나, 네덜란드에서는 굉장히 유명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네덜란드의 옛 국가를 만든 작곡가이기 때문이죠.
바로 아래의 곡인데, 이 곡은 1815년부터 1932년까지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바뀌었다고 하네요.
빌름스는 이 외에도 소품곡부터 피아노 협주곡까지 다양한 규모의 곡을 지었습니다.
특히 본인이 플루트 연주에 능숙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플루트 협주곡이나 플루트를 이용한 실내악곡의 비중이 있는 편입니다.
이 곡에 대해서 악보를 찾아보았는데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나중에라도 찾게 된다면 꼭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유튜브에 깔끔한 연주가 있으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함께 곡을 쓴 것 같은 오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Schubert - Fantasy For Piano Four Hands in F minor, Op. 103, D.940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가곡의 황제 슈베르트의 곡입니다.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작곡가이며 독일 낭만주의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곡은 조금 독특합니다. 예쁜 선율을 지니고 있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구조적으로 잘 짜인 느낌은 아닙니다.
어릴 때 음악교육을 받긴 했으나 가정형편 등 여러 사정 때문에 일찍 공부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잘 짓는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632곡의 가곡을 지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슈베르트의 피아노는 옥타브가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왼손과 오른손이 동시에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지요.
어릴 때 하농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아주 애먹기 쉽습니다ㅎㅎ
왼손과 오른손이 함께 연주하는 13마디 이후부터 23마디까지 같은 멜로디가 옥타브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네 손을 위한 환상곡에서도 슈베르트의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선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 피아노가 울면서 노래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곡은 가족끼리의 연주보다는 연인끼리의 연주에 더 적합해 보이기도 합니다.
4. Poulenc - Sonata for Piano 4 Hands
풀랑은 프랑스 6인조 중 1인으로 20세기 작곡가입니다.
프랑스 작곡가답게 우아함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고,
그 위에 재치와 사회 풍자까지 더해 작곡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풀랑의 유명한 곡은 미사나 오페라 등 성악을 사용하는 곡입니다.
아마도 풀랑만의 아름답고 독특한 선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선율은 피아노 곡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I. Prélude
II. Rustique
III. Final
먼저 첫 번째 프렐류드입니다.
악보만 봐도 모양이 굉장히 독특해 보입니다.
2, 3, 3으로 8분 음표가 이상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테누토 배치를 보면 마디 안에 강박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세컨드 연주자가 가운데 끼인 모양으로 팔이 크로스 됩니다.
두 번째 루스티크입니다.
세컨드 연주자 솔로로 등장하다가 퍼스트 연주자의 오른손, 그리고 왼손까지 쌓이는 곡입니다.
세컨드 연주자의 왼손과 퍼스트 연주자의 오른손이 같은 멜로디를 연주해야 해서
연주자 간의 호흡이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같은 2악장입니다. 퍼스트의 연주모양이 갑자기 바뀌어서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ㅋㅋ
기교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모두가 조용히 연주해야 하는데,
트레몰로나 10도 도약 등 작게 연주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인 피날입니다.
앞에 두 악장을 하나로 합쳐 화려하게 연주하는 느낌입니다.
계이름만 따서 보면 "도 레 미 파 솔 파 미 레 도"입니다만
박자와 변주를 통해서 풀랑만의 재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5. Ligeti - Five pieces for Piano Four Hands 中 IV. Sonatina
리게티는 전자기술과 음악을 융합한 괴짜 같은 작곡가입니다.
헝가리 출신이지만 공산주의를 피해 오스트리아로 국적을 바꾼 현대 작곡가입니다.
실험적인 음악으로 20세기 후반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는데,
저도 리게티가 음악을 맡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영화를 보고 충격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리게티는 2006년 사망했기 때문에 악보에 대한 저작권이 살아있습니다.
때문에 악보를 첨부할 수 없어요ㅠ
대신 유튜브의 Sheet Music을 함께 첨부합니다.
이 곡은 5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버릴 곡이 없지만, 저는 네 번째 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1악장, 2악장은 화성으로만 구성되어 비교적 명확한 음향을 들려주는 반면에
3악장에서 사라지듯이 끝나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6. Kapustin - Sinfonietta for Piano 4-Hands, Op. 49
클래식과 재즈의 모호한 경계에 서있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카푸스틴입니다.
클래식 연주자, 재즈 연주자들 모두 어려워하는 작곡가입니다.
연주자들마다 느낌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카푸스틴 본인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였기 때문에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작곡가가 피아노를 잘 친다는 말은 곧
그가 만든 피아노 곡이 개 어렵다는 뜻입니다.
2020년도에 사망했기 때문에 악보의 저작권이 모두 살아있습니다.
오케스트라곡이 피아노곡으로 편곡되는 경우는 많이 보셨을 텐데,
카푸스틴의 곡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습니다.
피아노연주곡 자체가 화성이 튼튼하고 구성의 짜임새가 탄탄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로 편곡하면 그 특유의 즐거운 긴장감을 더욱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카푸스틴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하도록 하고,
아래는 그의 4 Hands 곡입니다.
피아노가 부서질 것 같이 신나고 리드미컬한 곡입니다.
7. 마무리
지금까지 4 Hands 구성으로 작곡된 곡 6개와 작곡가를 소개했습니다.
시대별로, 국가별로 다양하게 소개해드리려 열심히 모아봤습니다:)
이 중에 여러분의 취향에 꼭 맞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읽고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곡가와 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차르트, 밤의 여왕 아리아 - 세상에서 3명만 가능하다고? (0) | 2023.04.13 |
---|---|
베토벤, 피아노에 진심인 남자(2) - 중기, 후기 소나타 (0) | 2023.04.08 |
베토벤, 피아노에 진심이었던 남자 - 초기 피아노 소나타 (2) | 2023.03.15 |
쇤베르크, 12음기법 새로운 발견 - 달에 홀린 삐에로와 매트릭스 (0) | 2023.02.23 |
엘가, 영국의 자랑, 무한의 사랑 - 수수께끼변주곡 (2) | 2023.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