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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와 작품

과거에도 표절시비가 있었다? - 젓가락 행진곡의 진짜 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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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급 클래식을 운영중인 야식요정입니다.

오늘은 문득 회사 앞 건물을 지나가다가 피아노 연습소리가 들려 시작한 궁금증입니다.

 

"젓가락 행진곡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을까? 너무 귀여운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와 젓가락 행진곡에 대해 찾아보니 여러(?) 구설수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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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의 ' Celebrated Chop Waltz'

 

1877년 영국에 ' 유페미아 앨렌(E.Allen, 1861~1949)'이라는 16세의 여자 아이가 '아서 드 릴리(Arthur de Lulli)'라는 가명으로 출판한 소품곡입니다. 유페미아라는 여자아이의 이름을 숨기고 아서라는 남성의 이름을 사용해 출판한 것이지요.

 

 

*소품곡은 아주 곡을 말합니다.

형태도 자유롭고  형식이나 구성에도 제한이 없는것이 특징입니다.

 

이름은 'Celebrated Chop Waltz'입니다.

Celebrated는 유명한, 혹은 축하하다라는 의미이며 Chop은 칼로 무언가를 써는 모습을 말합니다.

붙여서 이야기 해보자면 '유명한 썰기 왈츠'가 되겠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젓가락 행진곡으로 아주 유명하지요.

 

Chop이라고 이름이 붙은 재밌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곡의 작곡가인 유페미아가 연주법을 써놓은 것에 있습니다. 

 

양손을 옆으로 세우고 새끼손가락이 가장 낮게 연주해

마치 손의 움직임을 왈츠의 이름 그대로, 도마 위에서 써는 모양을 모방하세요.

 

진짜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챱챱 써는 느낌으로 연주하라고 보면 되겠네요ㅎㅎㅎ

실제로 듣거나 연주해보면  Waltz(왈츠)라고 이름이 붙은 것 처럼 3박자의 발고 명량한 춤곡처럼 느껴지는 소품곡임을 금방 알수 있을 뿐더러, 손 모양이 재미있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초판 악보입니다.

우리가 알고있던 두 사람이 연주하는 곡과는 달리 한 사람 연주용임을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연주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악보 공유합니다:)

젓가락 행진곡(Solo).pdf
0.89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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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5인조의 '커틀릿 폴카'

 

러시아에서는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작곡가들이 많습니다.

그 중 대표되는 작곡가는 바로 러시아 5인조인데요, 말 그대로 5명의 작곡가를 묶어 이르는 말입니다.

 

1877년 러시아 5인조 중 한 명인 보로딘(Alexander Borodin)이 자신의 딸 가니아(Gania Borodin)은 위와 같은 젓가락 행진곡과 비슷한 곡을 연주합니다. 어린 보로딘의 딸이 아버지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고 하다 우연히 곡을 짓게 되었습니다. 상황을 상상해보자면 이럴 것 같습니다.

 

가니아: 아빠! 나 아빠랑 같이 피아노 치고 싶어요 헤헤

보로딘 : 아빠도 그러고 싶지만, 너는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없잖니...

가니아: 아니야! 나도 할 수 있는 곡 있어요.

보로딘: 그래? 한 번 보여줄래?

 

파워 N인 저는 이런 상상을 해봤습닏.......ㅎㅎㅎㅎ

 

실제로 보로딘의 딸이 아버지 앞에서 당시 러시아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타-티-타-티'를 연주했고, 두 손을 이용해 연주하는 딸을 보며 보로딘이 손가락이 젓가락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떠올려 즉석에서 반주 파트를 연주해 딸과 함께 연주를 즐겼다고 합니다.

 

이후 보로딘은 가니아와 연주한 이 작품에 몇가지 변주를 추가하여 러시아 5인조 동료들에게 소개하였습니다.

그중 3명의 동료가 각 주제에 변화를 주어 총 24개의 작품을 지었고, '인용(Parapharases)'라는 이름으로 묶어 1897년 출판하였습니다.

 

아래는 "Tati-Tati" 폴카라고 이름이 붙은 악보 입니다.

 

혹시 연주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악보 공유합니다:)

Tati-Tati Polka.pdf
3.53MB

 

 

 

유사한 점 vs 다른 점

 

1. 유사한 점

두 곡의 연주법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제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자면, 손가락 하나 혹은 손날을 이용하여 연주하는 것이 피아노 앞에 앉는 누구에게나 쉬운 연주법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멜로디입니다.

처음에 언급했던 유페미안의 곡은 파-솔로 시작해 점점 벌어지는 멜로디 구성,

두번째 언급했던 보로딘의 곡은 라-시로 시작해 점점 벌어지는 멜로디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2. 다른 점

첫번째는 형식입니다.

유페미아의 곡은 세박자 왈츠의 곡인 반면, 보로딘의 곡은 2박자 계열의 폴카입니다.

 

두번째는 화성입니다.

유페미아의 곡은 C-G로 이뤄진 Major 곡이고 단순한 화성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보로딘의 곡은 Major 코드와 minor 코드가 결합한 비교적 다양한 화성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곡에 대해 당시 이미 전 유럽에서 이 음악이 아이들 사이에서 퍼져있지 않았을까 추측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원과 연관성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원작자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누구를 원곡자로 인정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누가 어떤 곡을 몇시 몇분에 만들었는지 따지자면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현재는 출판연도로 원곡자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음악학자들 사이에서는 유페미아가 가명인 '아서 드 릴리'라는 이름으로 먼저 출판을 했기 때문에 유페미아를 최초의 작곡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유페미아의 가명인 '아서 드 릴리'라는 이름으로 그의 곡이 '젓가락 행진곡'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출판하고 있지요.

여전히 누가 먼저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단 손가락 두 개로 연주할 수 있는 쉬운 곡을 우리가 지금도 접하고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 고맙고 기분이 좋은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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